2024년도 회고록
무려 3년 만에 쓰는 회고록이다.
정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모든 걸 여기에 다 말할 수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지만,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프로그래밍을 때려치워야 되나... 라는 생각을 하루에 몇 번씩 했다.
그래서 모든 걸 그만두고 내가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던, 내가 전공으로 삼았던 것과 멀어졌다.
깃허브에서 로그아웃하고, 구독하던 개발 관련 뉴스 레터도 다 끊고, 그 어떤 논문도 읽지 않았다.
그냥... 그저 쉬면서 끝내주는 취미생활을 즐겼을 뿐이다.
그렇게 휴식기를 갖는 동안, 나에게 여러 가지 선택지들이 주어졌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취미용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사무직, 하나는 영업직, 하나는 지인의 사업을 보조하는 일.
감사하게도 세 군데에서 정직원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도 아니었고, 일도 비교적 쉬웠고, 누구든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별 다른 노력 없이도 적당한 돈을 벌었고, 약간의 생활비를 제외한 거의 전부를 취미에 투자했다.
공부도 했다. 물론 취미와 관련된 공부이다.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강의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같이 취미를 즐기던 지인들이 하나둘 외주를 받고, 고정 고객들이 생기며 프리랜서가 됐다.
나도 가끔 누군가를 도와주고 기프티콘이나 용돈 정도를 받긴 했다.
그렇지만 진짜로 그 업계에 들어가게 되고, 돈을 받게 된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또한 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이걸로 원하는 건 그냥... 책임없는 쾌락과 도파민 뿐이었다.
나는 이 취미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았다.
친구들도 꽤 생겼다. 취미 특성상, 주변에 스트리머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너도 방송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몇 번 들었다. 내가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기업과 엮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나도 스트리머란 걸 할 수도 있었겠지만, 딱히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는 하는 게 재밌듯이, 방송도 하는 것보다는 보는 게 재밌었다.
이것도 내게는 여전히 취미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쯤에서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럼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뭔데?
네가 시간 갈고, 건강 갈고, 돈 들이부어서 하는 이 모든 게 취미라면,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벌고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 모든 게 네게는 취미라면,
초등학생 때부터 꿈이었던 프로그래밍 때려치우고 몰입하고 있는 일들이 네게는 그저 취미일 뿐이라면,
결국 네가 돌아가야 할 현실은, 네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어하는 유일한 일은 프로그래밍 아니야?
내가 여태 꿈꿔왔던 길과 다르고,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과는 관련 없지만,
프로그래밍과 멀어진다면 돈을 받으며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걸 전부 외면했다.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결국 프로그래밍을 놓지 못할 거고,
프로그래머라는 걸 직업으로 삼게 될 것이란 걸.
그래서 돌아왔다.
위에는 그냥 취미생활만 즐긴 것처럼 써놓긴 했는데... 사실 다 때려치겠다고 해놓고 코딩은 계속했다.
그게 원래 하던 분야가 아니었을 뿐이지... 뭐 요즘 취미 코딩이라는 것도 있지 않는가?
아무튼! (대충 짝! 하고 박수치며 분위기 환기하기)
그럼 이제 돌아왔으니까, 그동안 뭘 했는지 살펴보자
1. 졸업
2. 네이버 부트캠프 RecSys 트랙 수료
3. 정보처리기사 합격
많이 간략화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3개뿐이다.
운 좋게도 학교, 연구실, 부캠에서 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걸 텍스트로 옮기자니 말문이 꽉 막혔다.
그리고 내가 대학 입시를 할 때 6 논술과 정시를 했던 이유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나는 자기 PR이란 걸 정말 못하는 편에 속하고... 그래서 자소서가 있는 전형은 다 피했었다는 것을...
그러니까... 예시를 들자면 이랬다.
Q. 프로젝트 중 겪은 문제 상황과, 해결 방법을 서술하시오.
A. 문제 상황이... 뭔진 기억 안 나는데 꽤 많이 있었고요... 뭐... 코드가 원하는 대로 안 돌아갔겠죠...? 그래서 저는 이걸 해결하려고 구글링도 하고... 문서도 참고하고... 그냥... 코드를 짰어요... 가끔 시각화도 했던 것 같아요... 그거 어디에 저장해놨긴 했으려나...? 찾으면 나오긴 할텐데... 아무튼 문제가 있어서 해결했는데... 어... 해결했는데 기억을 해야 하나요...? 그 코드는 어딘가에 남아 있을 테고... 나는 바로 다음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데... 뭐... 결과는 잘 나왔어요 과정은 기억나지 않지만...
채용 공고에 있는 필수 질문에 답하려는데, 일차적으로 해본 답변들이 다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답변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보려고 내가 어떤 프젝들을 했는지 기억해내려고 했는데...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우가 많았기에 여러 가지 기억들이 뒤섞였고... 그 시작과 끝을 찾아내려면 이미 끝난 프로젝트를 뒤적거려야 했다. 그리고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기억조차 잘 안 났다. 깃허브일 수도 있고... 외장 하드일 수도 있고... 노트북이나 구글 드라이브... 아니면 그냥 로컬에 있을 수도 있다. 글 쓰는 걸 시작도 하기 전에 프로젝트를 찾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운 좋게 찾게 된다면, 지금 보면 얻을 지식도 없고 쓸 데도 없고 마냥 부족해 보이는 코드를 다시 봐야했다.
그래서 부캠에서 프로젝트가 다 끝난 후에도 이력서 쓸 때 다시 봐야지... 포폴 정리할 때 다시 봐야지... 하고 일단 그냥 묻어놓게 됐다. 그렇게 그냥... 부채가 계속 쌓였다. 당연하게도 점점 더 꺼내보기가 싫어졌다.
덕분에 제대로 된 이력서도 없고, 정리된 포트폴리오도 없고, 딱히 내세울 것도 없다.
어쩌면 나는 그냥 지겨웠던 것 같다.
프로그래머라는 꿈을 계속 붙잡고, 취직 하나 만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이.
그래서 재밌는 걸 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고, 새로운 코드를 짜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것이다.
새로운 이력서를 쓰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내가 겪지 못한 새로운 삶을 산다는 건 분명히 재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자,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을 앞으로 이 블로그에 쭉 남겨보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아직도 많이 낯설고 머쓱하지만... 이왕하는 거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음... 예... 뭐... 머쓱하네요 ㅋㅋ 이 글도 언젠가는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추억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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