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회고록
왜 2021년이지?
벌써 회고록을 써야 한다니... 마치 1년 동안 같은 반이었지만 학년 말까지 어색하게 지낸 반 아이의 롤링페이퍼를 받은 기분이다.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무슨 말이라도 좀 해줘야 할 것 같은... 물론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렇게 회고록을 쓰고 있겠지! 아무튼 지금이 2021년이란 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회고록을 쓰며 지난 2020년을 되돌아보고, 2021년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모두에게 그랬듯이 나에게도 2020년은 참 이상한 한 해였다. 계획은 열심히 세워놓았으나 모든 계획들이 코로나 때문에 하나하나 무너져 내려가는 걸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텍스트로만 봐서는 절망스러울 법도 한데, 난 그냥 '와~ 무너진다~' 이러고 있었던 것 같다... 상황이 안 좋았지만 그렇게 절망스럽진 않았음
컴퓨터공학과 18학번
1월~2월
- 인터페이스 클린코드 스터디
어플 제작 프로젝트 '더치'가 끝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팀원들과 클린 코드 스터디를 하고 있었다. 아마 다음 프로젝트에서 좀 더 나은 코드를 짜기 위해 스터디를 시작했던 것 같다. 매주 클린 코드 깃북의 정해진 분량을 읽고, 각자 유용하다 생각한 규칙을 찾아와서 이걸 왜 써야 하는지 설명하여 다른 사람들도 납득하면 우리의 규칙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그리고 각자 만들어놓은 간단한 계산기 프로그램에 새로 정해진 규칙들을 적용시켜 나갔다. 서로의 코드를 읽고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들 코드가 제각각이었는데, 마지막에는 팀원들이 짜오는 코드가 거의 비슷해졌다. 동일한 코드 규칙을 사용한 덕분에 서로의 코드를 이해하는 것 또한 더 편해졌다. 난 여태 스파게티만 뽑아 왔는데 이렇게 클-린한 코드를 짤 수도 있었다니... 말 그대로 '클린 코드'의 중요성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스터디였다.
- '예술과 융합된 코딩 교실' 보조강사
세종대와 광진구청이 함께하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에서 보조강사로 일했었다. '프로세싱'이라는 오픈 소스 프로그래밍 언어이자 통합 개발 환경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가르치는 수업이었다. 수업 전에는 노트북과 간식 상자를 세팅하고, 수업 중에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알려주는 게 내 역할이었다.
요즘 애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코딩을 배운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그걸 실제로 보니까 만감이 교차했다. 나 진짜 열심히 해야겠더라... 이대로는 안 된다... 더... 열심히.. 해아지...
3월~6월
- 프로젝트 '지금맛나!'
정말... 열심히... 했었다...
작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더치 팀원에 백엔드 한 명을 더 추가해서 '지금맛나!'라는 프로젝트를 했었다. 각자 배운 기술들을 다 적용해 보며 공부를 하기 위해 시작했던 프로젝트였다. 음식 사진을 업로드하면 그 이미지를 인식하여 식당을 추천해주는 어플을 만드는 프로젝트였고, 나는 머신러닝 파트를 담당했었다.
Tensorflow Lite에서 제공하는 Mobile Net 모델을 이용해서 총 5개의 클래스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학습시켜 사용했었다. 하필 라벨링 된 데이터가 없는 음식들을 골라서 직접 라벨링 하겠답시고 LabelImg로 사진 몇 백 장을 하나하나 박스 치기도 했었다. 모델을 로컬에서 돌리는 것도, 파이어 베이스를 이용하여 리모트에서 돌리는 것도 해봤다. 아마 최종적으로는 그냥 로컬에서 했던 것 같다. 원래 있던 Camera API의 지원이 중단되어 Camera2 API로 바꿔야 해서 꽤 애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열심히 해서 자바 코드로 완성했는데, 그걸 뭔지도 잘 모르는 코틀린으로 변환하려니 안 돼서 골치 아팠던 것도 기억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잘 분류해내서 뿌듯했었다. 결국 여러 상황들이 겹치면서 (팀원들이 하나 둘 뭔가에 합격해서...) 엎어졌지만, 이론 상 알고 있던 머신러닝 관련 지식들을 실제 프로젝트에서 적용할 수 있어서 신기했던 경험이었다.
- 인터페이스 프로그래밍 전시회 OT 발표
인페 프전 OT에서 성공 사례로 발표를 했다. 프로젝트 '더치'가 클린 코드 스터디와 프로젝트 '지금 맛나!'로 이어진 아주 좋은 사례였기 때문에, OT에서 소개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이 나와서 팀원들이랑 상의도 하고, 며칠 동안 녹화와 편집을 해서 발표 영상을 보냈었다.
기존 부원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신입 부원들은 잘 모를 것이기 때문에, 이 발표에서는 프로젝트와 스터디의 진행 방식을 소개했다. 특히 '1일 1공부'에 대해 강조했었다. '1일 1공부'란 프로젝트 '지금 맛나!'에서 사용했던 방법의 별명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냥 공부한 내용을 매일 슬랙에 올리는 것이다. 일주일에 최소 5일을 해야 하고, 안 하면 페널티가 주어졌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걸 지속적으로 한다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프로젝트 또한 완성까지 꾸준히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이 과정을 거쳐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고 팀원들 간의 유대감과 책임감을 확인하고 진행할 것을 추천했다.
7월 ~ 8월
- 설리번 프로젝트 플러터 교육
설리번 프로젝트에서 한 달 동안 매주 주말에 플러터 교육을 받았었다. 플러터가 요즘 핫하다고 들어서 배워보고 싶었는데, 마침 모집하길래 신청했었다. 학교 바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선생님들이 굉장히 열정적이고 대단한 분들이어서 관련 조언을 구할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연락하고 관련 고민을 나누는 인연도 생겼다.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놀랐던 건, 내가 층간 소음 어플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그 다음날 선생님이 갑자기 뚝-딱 만들어 오셨던 일이다. 나도 그런 사람으로 성장해서 해커톤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야지... 현실은 아직 그냥 뚝딱대는 사람이지만... 아무튼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인터페이스 디스코드💜
세종대학교 중앙 컴퓨터 학술동아리 인터페이스의 디스코드 커뮤니티 서버를 만들었다!! 인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잘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인페 디코에 대해서는 조만간 따로 글을 쓸 것이므로, 회고록에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
9월 ~ 12월
- 파이썬 조교
학교에서 조교를 해보았다... 1학년 수업이라 질문받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아침 9시에 수업을 들어가는 것과... 나도 시험 기간인데 시험 감독하러 들어가는 것이 꽤 힘들었으며... 급여는 아직까지 지급되지 않았다... ( 추가 : 원래 12월 말에 입금해준다고 약속했었는데 1월 21일에 입금됐다. 매달 급여가 지급되는게 아니라, 학기가 끝나야 지급되기 때문에 돈 급한 사람은 그냥 알바하는 게 나을 것 같음)
- 인사이드 3D 프린팅 컨퍼런스
2020년에 하고 싶었던 일들 중 하나가 인페 내 소모임인 알지알지 친구들과 함께 컨퍼런스를 가는 것이었다. 마침 다들 관심이 있었고, 이번이 아니면 오프라인 컨퍼런스가 없을 것 같았다.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킨텍스를 돌아다니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학교 이름이 써진 명찰을 달고 돌아다녀서 부스에서 학교 선배님이 아는 척을 해주시는 일도 있었다. '와 이거 우리 장기 다 팔아도 못 살 듯...'이라고 얘기할 만큼 비싼 프린터도 있었지만, 교육용으로 저렴하게 나온 것도 있었다. 친구들이랑 동방에 3D 프린터를 놓으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었다. 물론 대부분 이상한 걸 만들 것 같긴 하지만, 프젝이나 캡스톤 할 때 쓰면 정말 편할 것 같다. 동방이 열리면 상의해봐야겠다! (어림도 없지 동방 폐쇄!)
- 텐서플로 스터디
정확히 따지자면 7월 말 ~ 12월 초까지 진행된, 텐서 ≈ 스터디 그룹 의 스터디에 참여했었다. 사실 이 스터디에 참여한 이유는 프로젝트 '지금 맛나!' 때문이었다.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관련 스터디에 참여해서 공부를 좀 더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홍머 머신러닝 스터디는 원래 알고 있어서 이번에 온라인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듣고 스터디에 참여를 했다. 아쉽게도 이 스터디가 시작될 무렵에 프로젝트 '지금 맛나'는 이미 끝나 있었다.
스터디 기간 동안 나는 총 3번의 발표를 했다. 첫 번째 발표에서는 긴장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스터디를 여신 분이 내가 공부할 때 읽는 책을 번역하신 분이셨고, 난 그분 유튜브까지 구독하고 배우고 있었다. 스터디원 분들도 지켜보고 계시니까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pc에서 발표하려고 다 준비해놨더니 저런 화면이나 뜨고...^^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서 발표를 시작했다. 그 결과 엄청 버벅거리면서 발표를 했었다.
그래도 몇 번의 발표를 거치면서 점차 발표하는 능력이 나아졌다. 이제 발표할 기회 한 번만 더 있으면 진짜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발표 준비를 잘 해오셨고, 나도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갔다. 함께했던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결과적으로 텐서플로 공부와 발표 연습, 이렇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스터디였다.
컴공으로서 나의 1년은 여기까지이다. 항상 그렇듯이 인페 친구들 너무 사랑하고... 고맙고... 작년에 나한테 빌려간 동방 갚아라... 아무튼 이제 인페에서는 고문을 은퇴하고 회장을 맡는다. 왜 이렇게 됐냐구요? 저도 몰라요 그냥 그렇게 됐어요... 여태까지 33년 동안의 인페 역사 중에 3년 동안 집부하는 건 내가 처음일 것이다... 행복해... (안 행복함) ... 이런 느낌으로 말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저에게는 다 계획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인페 부원이 있다면, 당신은 선택받은 사람이에요! 남은 기력이 있다면 함께 해줄 거라고 믿고 있겠습니다! 0_< 인터페이스 파이팅!!
+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실 사이버 친구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우리 서로 내적 친밀감 그런 거 Max 찍은 사이잖아요...? (저만 그런 거 아니죠?) 님들 다 너무 재밌으니까 티스토리도 그렇고 재밌는 글들 많이 써주세요!! '^'
락밴드 덕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좋아하는 밴드가 터졌다. 그리고 1년 동안 락페 한 번도 못 갔다. 다른 건 다 행복해도 이건 별로 안 행복하다... 눈물 줄줄이다 진짜...
2020년에 다녀온 + 온라인으로 봤던 공연 목록이다.
- 200806 김수영 단독 공연 2020 1/2
- 201004 온라인 뮤직 페스티벌 변신술
- 201016-17 온라인 락페 인천 펜타포트
- 201024 네스트나다 'NARADISE'
그래도 봤던 공연들은 다 좋았다.
오랜 친구가 생일 선물이라며 보여줬던 수영 언니 공연도 좋았고, 너드커넥션에 꽂혀서 오랜만에 갔던 네스트나다 공연도 좋았다. 관중 없이 한옥에서 공연을 했던 변신술도, 김말국 없었던 펜타포트도 꽤 좋았다. 뭐 이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다음 락페가 소중해진 거 아닐까?라고 잠깐 생각했는데 어차피 난 갈 수 있는 락페는 다 가기 때문에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도 모든 락페는 소중했을 것이다... 이런 시기 필요 없어... 올해에는 꼭 상황이 나아져서 락페를 갈 수 있으면 좋겠다.
uhhyunjoo
Q. 올해 무엇을 했나요?
- 면허를 땄다!
- 달리기 꾸준히 했다! 런데이 도장 다 찍었다!
- 체중을 감량했다! (앞자리 2번 바뀜 ㅎ_ㅎ)
- 감바스 장인이 되었다!
- 인페 지박령들이랑 열심히 놀았다! 사이버 동방 최고!
- 토플 학원 다녔다! 가 못 다니게 됐다!
- 교환 학생 가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지!
계획했던 일들을 못 해서 아쉽긴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다 할 수 있을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기회가 올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해야겠다.
올해에는 사람 만날 일이 작년에 비해 엄청 줄었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안 만나도 되니까 좋기도 했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못 만나니까 안 좋기도 했다. 그래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사이버 세상에서라도 만나기 위해 디코 서버도 파고, 행아웃 공부방을 파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 2019년보다 행복한 사람 됐다!! 이런 제가 되기까지 함께해 준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압도적으로 감사합니다. 당신도 저로 인해 좀 더 행복해졌다면 정말 기쁠 것 같네요. 한 해 동안 정말 고마웠고, 올해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무리
작년에는 1월 1일이 되자마자 회고를 썼었는데, 올해에는 이런저런 일들을 하느라 일주일이나 늦어버렸다. 그치만 1년이 365일이나 되는데, 그중 7일 늦었다고 뭐 별 일이나 있겠어? 어차피 면허 따고 조심하지 않으면 가는 데 순서 없댔다. 그러니 좀 더 행복하고, 밀도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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